또한 외벽은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는 재미 설치미술가 강익중씨의 아트픽셀(조각그림) 타일작품 3만8000점과 무수한 한글픽셀로 장식해 엑스포 건축물 중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엑스포를 끝낸 상하이시가 각국 전시관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디즈니랜드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한국관도 조만간 철거될 처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울산의 문화예술인들이 이달 초부터 '한국관 울산 유치' 시민운동에 나섰다. 첫 포문을 연 문화도시울산포럼 김종수 고문은 "세계가 주목한 건축물을 옮겨와 대한민국 산업역사관으로 만들면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산업기적을 앞장 서 이끈 울산의 상징적인 기념물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미국 뉴욕 허드슨 강변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분관을 예로 들며 "수몰된 프랑스 중세 성당을 바닥 돌장식 하나까지 고스란히 옮겨와 다시 쌓아놓자 중세 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한국관을 옮겨와 울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울산대 건축학부 강영환 교수도 "한국관은 설계부터 그 독창성, 예술성, 문화적 정체성으로 찬사를 받은 걸작"이라며 "울산으로 옮겨와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만들자"고 했다. 울산대 미술대학 임영재 교수는 "울산시가 계획 중인 시립미술관 건립을 대신해 훌륭한 예술품을 울산의 미술관으로 갖게 되는 셈"이라며 유치운동에 적극적이다.

여기에 울산의 문화예술인 모임인 '문화도시울산포럼'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을 요청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포럼은 "마침 2012년은 울산공업단지조성 50주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울산은 마을 전체를 공장부지로 내놓고 수십년간 공해로 고통받으면서도 국가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곳인 만큼 그로 인해 지체됐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한국관 유치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시민 서명운동과 기부운동을 펴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도 나섰다. 한나라당 정갑윤(울산 중구) 의원은 지난 25일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운영주체인 지식경제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측과 업무협의에 나서 "울산에 새로운 전시관이 필요한 시점에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관을 울산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KOTRA측은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국관을 보존해 국내에 다시 재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공감했다. 하지만 "비용과 효용을 따졌을 때 상하이 한국관을 뜯어서 옮겨오는 것보다 같은 방식으로 국내에서 신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혀 향후 신축 여부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