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화법과 동양의 화법의 기교가 크게 차이가 나는 대목이 아닌가. 현대 미술에 이르는 추상기법이 소개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이나 몬드리안의 선과 색의 냉정한 구도 분할이다. 그러나 두 작가 모두 거장이긴 하지만 재료 표현기법에 있어서 무한한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경기도 가평 축령산 가는 길 산 중턱에 위치한 소호 김원준 화백님의 작업실을 매번 찾아가지만, 늘 새로움에 가슴이 흥분된다, 산세가 웅장하고 잣나무 숲의 군락이 밀집하여 늘 푸른 옷을 입고 있는 축령산의 맑은 공기와 수정알 같은 물이 흐르는 집 터이다.

틀에 박힌 사고와 정해진 수업을 거부하며 40여년을 한결같이 그림에만 전념해온 화가가 사는곳치곤 나즈막하지만, 예사로운 사람이 살아서는 집 기운에 눌려 살 수 없는 백년이나 된 고옥에 둥지를 튼지 어언 18년이 되었으나 소호 화백님에게는 처음과 지금의 기나 긴 세월을 한 순간으로 생각하고 계신것 같다.

당초 온라인에서는 세상에 나오지 않은 소중한 작품을 제외하고 1980년부터 1990년 전후에 국내 화랑가에서 발표한 작품들로만 컬랙션전을 하자고 하셨지만, 오늘 길몽을 꾼지라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같은 작품을 걺어지고 온라인에서 최초로 공개키로 하니 밤잠을 설치며 마음이 설래였다.

소호 화백님이 가평 작업실에 머물은지 18여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창작하며 묵묵히 열정을 쏟아 온 것이다.
소호 화백님의 작업실에서 나온 작품들을 보는 순간 벅찬 감격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새록새록 꿈꾸듯 잠에서 깬 작품들이 하나같이 빛나는 보석들로 눈의 어지럼증을 일으켰다.

소호 김원준 화백님은 현재 울산 작동이라는 마을 대가에서 태어나 부친의 일가가 운영하시는 사찰에 관련된 환경에서 코흘리게 어릴적부터 절에 들어가 사찰주지로 계시는 작은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젖가락도 잘 잡지 못하는 고사리 손으로 붓을 쥐어야 했던 나날이 그에게는 화가의 길로 가는 고난의 첫 단초였으리라.

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며 붓으로 모든것을 쓰고 그리며 자연을 그려내는 작업은 이미 어느 화가의 기초 수업보다도 큰 스승인 자연 속에서 깊이 느끼며 배우고 섧렵한 것이다. 소호 화백님의 가슴엔 온통 자연의 가르침과 이야기로 가득하다. 바람소리 깊은 산중에 기우는 별빛, 숲이 우거진 그늘아래 울리는 산새들의 적막한 소리..이 모두가 스승이요 벗이었다.

그림의 기초를 석고뎃생이나 4B연필로 수업을하는 여느 화가 지망생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곳에서 미술 입문을 하게 된것이다. 자연을 그리는 공부만큼 폭 넓은 철학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분의 사조는 확연하다.
한국에서 최초의 작품 발표는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 hotel 화랑에 초대되어 화력 20여년만에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 되었다. 일반 매스컴이나 공중파를 타는것을 인위적으로 거부하는 분이었지만, 세상은 크게 떠들썩하고도 남았다. 그분의 출현으로 미술계는 술렁이고 소호 김원준 화백의 말 한마디는 곧바로 화제꺼리가 되었다. KBS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화단의 문제점에 대하여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발언을 서슴치 않고했다. 미술을 배우는 길이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 되며, 유학을 다녀와 간판을 걸어야 되는가 일부이긴 하지만 '소위 국전에 출품하여 뒷거래로  줄줄이 훈장을 받아 여기저기 난장판에 내다거는 그런식의 이력서는 단 한점의 그림에서 지워지는 겉치레일 뿐이다. 

나는 일체의 제도권을 거부한다. 이미 자연에 모든것이 있으며 온 세상이  나에게 있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우리를 똑바로 알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다.' 

그분의 발언은 고대광실에 허허로운 허세를 부리는 작가나 단체에게 가시와도 같은 존재였으나, 많은 대중과 의식있는 화가나 뜻있는 화가 지망생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이렇게 창작활동의 열정과 거침없는 경제적인 부의 누림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정신은 바로 우리 한국인 보통사람들의 높은 별이었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던 그분의 환경이 90년 초에 들면서 인생에 가장 큰 고난을 맞이하게 되었다. 모든 재산이 집안의 사업체 부도로 잿더미가 된것이다. 평생 그림만 그려온 선생께서는 그야말로 어려움과 고통의 연속이였다  최악의 현실에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갈만큼 건강 또한 좋지 않았고  붓 한자루 물감 하나 살 돈이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으며, 작가적 정신 하나만으로 지탱하시며 선생께서는 어떠한 도움을 받을수도 없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현재의 가평 작업실에 칩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연히 마음에 들어 사놓은 가평 작업실에 그분의 정신과 열정이 고스란이 20여년간 머물게 되었다. 그 추운 겨울에 수년 동안 냉방에서 생활할 수 밖에없는 고통을 감수 하기도 했다.

바깥세상인 사회의 보이지 않는 냉대와 미술계의 무관심속에 뼈 아픈 고통을 참고 지내오면서도 소호 김원준 화백의 창작열은 오히려 더 불타 올랐다. 무려 천여점이 넘는 작품을 빼곡이 쌓아오고 있었음을 이세상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한 어려운 역경속에서도 찬연히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일까.
작품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림 속에는 어두운 느낌이 보이질 않는다. 회색조의 작품에서도 독특한 기법으로 스크레치한 작업에서도 그의 반구상의 인물과 문자추상 조각(일필추상)에서도 그 무엇에서도 그런 고난을 엿볼 수 없다.

 오히려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그늘이 없는 최고의 걸작을 이런 온라인상에서 우리는 감상을 하게 된것이 너무 놀라고 감사하여 감동에 또 감동을 받을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화려한 화랑에서 제대로 된 축포를 터뜨려야만 하는것을 너무 초라하게 시작함을 죄송스럽게 여길 뿐이다.

 이 싸이트에 들어오면 일반 네티즌은 어쩌면 의아하게  여기실지도 모른다, 작품 가격이 너무 높지 않느냐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러나 국내 싸이트 어디를 돌아다녀봐도 이런 작품을 보기가 쉽지않을 뿐 아니라. 작품 가격이 본인이 느끼기엔 그림 완성도에 비하여 아직도 낮게 책정됬다고 생각한다. 실로 현재의 가격에 몇배를 줘도 아깝지 않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하물며 지금도 경제적으로 궁핍하시면서 왜 잘 팔리지도 않는 높은 가격에 작품을 내놨을까  하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른다. 허나 단 한점의 작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작품의 가치는 정당하게 매겨져야 하는 것이 소호선생의 생각이시고 우리의 생각이다. 그 값어치를 주고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진다는것은 결코 아까운 일이 아니다. 물론 돈 없는 서민들이 더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온라인에서 보는것 만으로도 영광이요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런분들을 위하여 작품을 누구나 공유할수 있게끔 대중적인 공개를 허용함에 승낙 하신 것이다 . 개인적으로 칼라 프린트을 이용해 복사하면 진품과는 차이가 나겠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감동은 같을 것이다 . 후세에도 길이 남을 명작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마 당대에서도 이런 다작으로 깊이있는 작품을 보기가 쉽지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온라인에 발표한 신작은 소호 화백님의 작품중에서 일부일 뿐이다.

 일필추상 씨리즈, 동물 닭 소 말 등 씨리즈, 장지에 먹과 채색 추상 씨리즈, 캔버스에 유화 반비구상, 비구상 씨리즈 등 명작들이 부지기수많은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좀 아쉬운 면이 있다면 화백님도 작업을 하고 싶어하시는 대작이다. 가평 작업실 공간이 워낙 비좁은터라 50호 이상 작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화백님과 찻탁에 앉아서 이런저런 예기를 듣노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하루가 쉬이 넘어간다.

 

-소호 김원준 화백님의 신작발표를 지상 최초로 온라인에 개최하며 / 2008년 5월 소호아트갤러리 (전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