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풍도', '육도', '국화도', '입파도' 4개의 작은섬에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4개의 섬에서 대학생 탐사원정대가 '문화 보물섬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그 일환으로 섬 곳곳에 보물을 숨겨 놓은 것이다.

'보물섬 프로젝트'는 문화보물섬을 직접 탐사하고 자신들이 기획한 대로 취재·보도하는 '탐사단'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원, 재활용품 등을 활용해 마을을 꾸민 '상상미술단'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숨겨놓은 보물은 어떤 것들일까?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보물은 어떤 것일까? 지난 주말 4개의 '보물섬' 중 하나인 풍도로 떠났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하루에 단 한번뿐인 풍도행 정기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가을의 푸른 하늘과 바다를 가르고 약 2시간 걸려 도착한 '풍도', 수산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풍도는 육지와의 거리가 약 46km 떨어져 있어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다.

배가 섬에 닿고 마을 골목을 걷고 있을 때 풍도 분교 벽에 사각 돌로 만든 ‘물고기 바위그림’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사각돌 위에 물고기, 오징어, 조개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이 그려진 담장을 지날 때는 마치 바다 속을 걷는 듯하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마을 중턱에 오르자 노란색 해바리기 두 송이가 그려진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풍도카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풍도 총무댁 앞에 위치한 이곳은 마을사람들이 공공연히 모여 나물을 다듬으며 서로의 소식을 묻고 담소를 나누는 장소다. 탐사원정대는 이런 점을 살려 이곳을 '풍도카페'라고 이름 짓고 폐부표를 재활용해 그림을 그려 넣고 의자로 만들었다.

문화 보물섬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성은(22. 대학생) 양은 "처음 풍도를 방문했을 때, 이곳 어르신들께서 우리의 인사도 잘 받아주시지 않고 관심이 없으셨죠. 하지만 풍도카페를 꾸미고 있던 날은 한 분, 한 분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밖에도 '버려진 상으로 만든 은행나무 표지판', '해안가 물고기 수조' 등 풍도 마을 구석구석에 대학생들의 손길이 닿은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

풍도는 자연 그대로 펼쳐진 야생화의 천국이다. 2월에서 4월의 풍도는 마을 뒤편의 야산일대에 '변산바람꽃', '노루귀', '중의무릇', 붉은 색이 감도는 '대극' 등 긴 겨울을 이겨낸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어난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풍도의 야생화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로 북적인다.

문화 보물섬 프로젝트에 참여한 채서윤(23. 대학생) 양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섬을 꾸미긴 했지만 풍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맘껏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풍도와 더불어 프로젝트가 진행된 국화도, 육도, 입파도 역시 풍부한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홍보 및 문화자원 관리 미흡으로 관광활성화가 되지 않은 지역이다.

'국화도'는 섬 지천에 널린 굴과 모세의 바닷길이 유명하고 '육도'는 꽃게가 풍부하며 경기도 화성 8경 가운데 한곳으로 손꼽히는 '입파도'는 한폭에 그림 같은 낙조가 유명하다.

이들 섬에도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섬과 해변에 버려진 돌, 조개껍질, 어망, 폐선박 등을 재료로 친환경 조형물 등을 제작하고 무분별하게 표시된 식당, 민박 등 간판 등을 디자인 했다.

경기 문화보물섬 프로젝트를 진행한 '상상공장'의 유현진 씨는 "경기 문화보물섬이 단지 관광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와 풍성한 볼거리를 지닌 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