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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명작들이 끝도 없이 전시된 ‘임시 박물관’
바젤 아트페어, 세계 300여개 화랑 참가
VIP 오프닝 하자마자 4억8000만원짜리 유화 등 전시 작품 대부분 팔려
인근공항엔 전용기 150대 부자 컬렉터들 몰려…
미술시장 호황 반영하듯 수많은 기업들 스폰서로
바젤(스위스)=이규현 문화부 기자 조선일보
바젤 아트페어에 참가한 뉴욕의 유명 갤러리인 매리언 굿맨(Marian Goodman) 갤러리 부스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보며 얘기하고 있다. 오른쪽 벽에 걸린 그림은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의 작품. /바젤(스위스)=사진가 박홍순
6월 셋째 주, 스위스 바젤에는 전 세계의 현찰이 모여들었다. 미술품 구입에 쏟아진 돈이다.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제38회 ‘아트 바젤(Art Basel)’이 6월 13~17일 열렸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미술시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그 열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아트페어는 세계 각국 화랑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작품을 파는 '미술 5일장'이다. 최근 2~3년 동안 미술시장이 팽창하면서 각종 아트페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부동(不動)의 1위는 '아트바젤'이다. 일류 갤러리들이 각자 '최고'로 내세우는 작품을 들고 와 판다.
미술시장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는 공정한 시장은 아니다. 갤러리든 아트페어든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전에 VIP들에게 먼저 문을 열어 좋은 작품을 미리 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물며 부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인 아트바젤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인에게 개막되기 하루 전인 12일 VIP들에게 먼저 문을 열었고, 세계 곳곳에서 온 컬렉터와 미술관계자 수천명은 문을 열기가 무섭게 미술품에 달려들었다.
전시장은 마치 고급 미술관들에서 작품을 훔쳐다가 꺼내 놓은 듯 화려하다. 54억원(600만 달러)짜리 칸딘스키, 42억원(480만 달러)짜리 마크 로스코, 35억원(390만 달러)짜리 바스키아, 값을 알 수 없는 피카소. 고가의 명작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실제 아트바젤은 ‘임시 박물관(temporary museum)’이라 불리기도 한다.
뉴욕과 런던 양쪽에 지점을 두고 있는 정상급 화랑인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의 큐레이터 마리아 가트너(Maria Gartner)씨는 “오전 11시 VIP 오프닝을 시작하자마자 두 시간 만에 벽에 걸려 있던 작품 대부분이 팔렸다”고 했다. 파리와 잘츠부르크에 지점을 둔 로팍(Ropac) 갤러리에서 내놓은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4억8000만원(37만5000유로)짜리 유화도 문을 열자마자 팔렸다. 이 갤러리의 대표 타대우스 로팍(Thaddaeus Ropac)씨는 “아트바젤에는 전 세계의 중요한 컬렉터와 중요한 미술관 디렉터들이 빠짐없이 다 온다. 올해는 특히 활기차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한 컬렉터인 스테판 에들리스, 제인 홀저, 피터 브란트 등이 왔고, 한국의 소문난 컬렉터인 권성문 KTB네트워크 회장도 다녀갔다. 아트바젤 주최측은 “작년 아트페어 때 바젤-뮬하우스 공항에 전용기 150여대가 착륙했었다”고 공식 발표해, 이 행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끌어 모으는지를 과시했다.
액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주최측은 작년에 페어가 끝난 뒤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성과가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이 지금 식을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트바젤이나 프리즈 등 권위 있는 아트페어의 방문자 수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세계 경매에서 거래된 미술작품의 총액은 64억 달러(약 6조원)로 전년 대비 52%나 성장했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현대에 와서는 시장의 성과가 한 작가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가 된 게 사실이다. 뉴욕과 파리에 지점을 둔 램버트(Lambert) 갤러리의 뉴욕 디렉터인 에밀리오 스타인버거(Emilio Steinberger)씨는 “작가들은 아트바젤에 나온다는 사실을 영광스러워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팝아티스트 톰 웨슬먼의 18억원(200만 달러)짜리 작품을 가리키며 “미술시장이 워낙 호황이라 저런 작품을 끌어내기조차 쉽지 않지만, 아트바젤에 내놓을 것이라 해서 웨슬먼 유족들이 간신히 작품을 내주었다”고 했다.
바젤 아트페어에 참가한 바젤의 유명 갤러리인 바이엘러(Beyeler) 갤러리 부스에서 관객들이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가 박홍순
아트바젤은 올해 화랑들의 참가 경쟁도 심했다. 화랑 800개가 신청을 했는데 300개만 통과했다. 아트바젤의 디렉터인 새뮤얼 켈러(Samuel Keller)씨는 “각 화랑의 전시경력, 다루는 작가의 수준, 전속작가를 얼마나 잘 키우는지 등을 따져서 심사했다”며 “출품된 작품의 질을 보면 지금 미술시장이 얼마나 호황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300개의 참가 화랑들이 내놓은 작가 수는 모두 2000명이다.
참가 화랑은 아무래도 미국과 유럽이 대세다. 전체 300개 중 미국 화랑이 73개로 가장 많고, 독일(55), 스위스(36), 영국(29), 프랑스(23), 이탈리아(21) 순이다. 일본은 4개, 우리나라는 국제갤러리와 pkm 갤러리 두 곳이 통과했다. pkm 갤러리의 박경미 대표는 “여기 오는 데 들어간 돈이 참가비, 작품 운송료·보험료 등을 포함해 8000만원이 넘게 들었지만, 워낙 잘 팔리기 때문에 충분히 뽑아낼 것 같다”고 말했다.
비엔날레나 미술관 전시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작품을 선호하지만, 아트페어는 아니다. 경제동향에 민감한 전시장이다. 그런데 올해 아트바젤에서는 회화, 사진, 조각, 설치 가릴 것 없이 전 장르에 걸쳐 장사가 잘 되고 있다. 미술관과 기업 등에서도 미술품을 사러 많이 왔다. 다국적 금융그룹인 UBS 뉴욕지사에서 미술품 구매를 담당하는 재클린 로렌스(Jacqueline Lawrence)씨는 “아트바젤에서 최고의 작품을 살 수 있고 다른 컬렉터들의 취향도 볼 수 있어서 왔다”며 “VIP 오프닝 날인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 갤러리 부스를 다 돌아보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아트바젤에 맞춰 열리는 볼타쇼(Volta Show)와 리스테(Liste)도 함께 둘러봤다. 볼타쇼, 리스테, 스코프(Scope), 발레라티나(Balelatina)는 아트바젤에 참여하지 못하는 젊은 갤러리, 값이 비교적 저렴한 갤러리들이 모여서 만든 ‘위성아트페어’들이다. 아트바젤이 불러들이는 컬렉터들을 노리는 이런 장사까지 올해는 대박 분위기다. 부자 컬렉터들은 중저가 작품 사는 것도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볼타쇼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화랑인 두아트갤러리는 640만원(5000유로)짜리 손동현의 그림 등 작품 대부분이 VIP 오프닝 때 팔려 즐거워하고 있었다.
바젤은 인구 22만 명의 작은 규모에 비해 미술관과 갤러리가 월등히 많은 ‘미술도시’다. 바젤시립미술관, 샤울라거 미술관, 유럽의 유명한 화상(畵商)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만든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 가구 디자인 미술관인 ‘비트라 미술관’ 등은 모두 세계적 미술관이다. 이들이 차로 20분 이내의 거리에 모여 있다. 스위스, 프랑스, 독일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지역적 요소 역시 바젤을 유럽의 미술시장 중심지로 만들었다.
시장호황을 반영하듯 올해는 아트바젤 행사비를 지원하는 기업의 수준도 뛰었다. 1994년 이후 줄곧 주요 스폰서였던 다국적 금융그룹 UBS 외에 보석 회사인 카르티에(Cartier)가 새 스폰서로 합류했다. 또 BMW, 발로와즈 보험회사(Baloise Insurance Group), 악사 보험회사(Axa), 와인회사 모에샹동(Moet&Chandon) 등 10여개 유명기업들이 이번 아트페어에 돈을 댔으니 미술품이 불러들이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지난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대원의 100호 크기 작품‘나무’(왼쪽)는 3억1000만원에 낙찰됐지만, 훨씬 작은 30호 크기의‘못’(오른쪽)은 3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 제공
작품의 크기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 점차 줄어
미술시장 뜯어보기 (3)
호(號)당 가격의 허와 실
최윤석·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과장
미술시장에는 호당 가격이란 말이 있다.
호(號)라는 것은 그림의 크기를 재는 단위로, 인물화(F) 기준으로 1호는 22.7X15.8cm, 10호는 53.0X45.5cm, 50호는 116.8X91.0cm, 100호는 162.2X130.3cm를 말한다. 인물화냐 풍경이냐 해경(海景)이냐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이며, 인물화·풍경·해경 순으로 조금씩 작아진다.
호당 가격이란 말이 성립하는 것은 그림의 가격이 크기와 어느 정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호당 가격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중국에도 같은 개념이 존재하고, 뉴욕과 런던 등 해외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그림 값이 크기에 비례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이렇게 볼 때 호당 가격제 그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미술시장에서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객관적 기준을 준다는 점에서 호당 가격제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순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호당 가격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나아가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서 ‘크기’라는 변수가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호당 가격의 적용은 단순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30호 크기의 작품 가격은 10호의 2배, 50호는 10호의 3배, 100호는 10호의 4~5배 정도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큰 위험이 따른다. 작가들마다 호당 가격의 적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술시장 내 입지가 확실한 작가들일수록 크기가 커짐에 따라 가격 상승폭이 크다. 반면 입지가 덜한 작가들의 경우 100호 가격이 10호의 3배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컬렉터들은 사려는 작가가 크기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 작가인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둘째, 특정 작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느냐에 따라 작품의 크기에 따르는 가격에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특정 작가가 주목 받기 시작할 때 가격 상승은 크기가 작은 작품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작품은 상대적으로 싸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이에 따라 경쟁도 심해 가격이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때 작은 작품의 값이 2배 상승했다고 크기가 큰 작품의 값도 바로 2배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작품의 가격과 크기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 크기와 가격을 각각 x축과 y축에 놓고 그래프를 그리면 어느 순간 그래프가 갑자기 꺾이거나 더 이상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작품이 너무 크면 개인 컬렉터들이 주거 공간에 수용할 수 없어서 그 작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외 자료를 인용해보면 2004년 호주 퀸즐랜드 공대의 앤드루 워싱턴(Andrew C. Worthington) 교수의 조사에선 6.70㎡의 크기까지는 크기와 가격이 정비례하지만, 이를 넘어설 경우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당 가격제와 관련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서 크기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점차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작품의 질적 특성’이라는 변수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농원’의 화가 이대원(1921~2005)의 경우를 보자. 그 동안 이대원 작품의 경우 제작 시기별로, 즉 1970년대와 1980년대, 1990년대와 2000년대로 구분해 호당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이른 연대의 작품일수록 호당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었고, 같은 연대의 작품인 경우 작품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매겨졌었다.
그러나 최근엔 같은 연대의 작품일지라도 화면 구성의 안정성과 붓 터치의 세밀함 등에 따라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옥션 106회 경매에선 100호 크기의 1986년 작품 ‘나무’가 3억1000만원에 낙찰된 반면 이보다 훨씬 작은 크기인 30호 작품 ‘못’(Pond·1983년)이 오히려 더 비싼 3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미술작품의 ‘질’이 강조되는 것은 시장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작품의 질적 특성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강조되면 투기 자본의 유입이 어려워지고 컬렉터들의 작품 구입도 신중해지면서 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컬렉터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단순히 크기를 보고 가격을 계산하던 것에서 나아가 작품의 세세한 특성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과제를 받은 셈이다. 최근 추세를 감안할 때 호당 가격에 집착하면 별로 뛰어나지 않은 작품을 비싸게 사거나, 반대로 좋은 작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호당 가격은 ‘작품의 질 차이가 크지 않다면 미술품 가격은 어느 정도 크기와 비례한다’쯤으로 이해해야 한다.
바젤 아트페어는 어떤 행사
연합뉴스
바젤 아트페어는 스위스 바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거물 화상 에른스트 바이엘러 등의 주도로 창설돼 올해로 38회를 맞았다.
회화는 물론 조각, 드로잉, 영상, 사진, 설치, 퍼포먼스까지 모든 장르의 미술작품 중 미술관에 소장될 만한 최고급ㆍ최고가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미술 명품 백화점’, ’미술 올림픽’ 등으로 불린다. 매회 관람인원은 약 200만명으로 국제 아트페어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아트바젤위원회는 피카소를 비롯한 현대미술 거장들의 최고 수백만달러짜리 작품들도 거래되는 행사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참여 화랑을 선정한다.
바젤아트페어는 아울러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세계 미술시장에 선보이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각종 부대행사를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보는 역할도 한다.
화랑 여러 곳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는 1980년대 전후 세계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현재 수백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바젤 아트페어는 프랑스의 피악(FIAC), 시카고 아트페어, 쾰른 아트페어 등과 함께 최고 거부들이 지갑을 여는 곳으로 인정받는다.
바젤 아트페어는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 3개 나라가 맞닿은 곳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과 힘있는 화상들의 노력으로 인구 20만의 바젤을 유럽 최고의 미술도시 중 하나로 만들었다.
미술 명품 백화점, 바젤 아트페어 문 열었다
스위스 바젤서 13-17일 열려
연합뉴스
“닷새간의 미술명품 잔치”
세계 최고급 컬렉터들이 지갑을 여는 미술장터인 제38회 바젤 아트페어가 12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바젤 시내 대형 전시장 ’메세 바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 개막일을 하루 앞둔 이날 언론과 VIP에 오픈한 행사장은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거품론이 나올 정도로 미술시장이 활황인 때에 찾아온 올해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의 향후 동향과 현대미술의 추세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트페어에는 전세계에서 지원한 화랑 800여 곳 가운데 300여 곳이 아트바젤위원회에서 참여를 허가받아 작가 2천여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미국 화랑이 73곳, 독일 55곳, 스위스 36곳, 영국 39곳, 프랑스 23곳 등 서구화랑이 압도적으로 많다.
◇ 초반부터 대성황 = 화랑들이 부스를 차린 메세 바젤의 제2관은 1층이 이미 시장에서 유명세를 굳힌 대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2층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1층 전시장에는 세계적인 화랑인 스위스의 갤러리 바이엘러를 비롯해 말버러, 가고시안 등 톱 클래스 화랑들이 대형 부스를 열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미국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그림과 피카소, 장 뒤뷔페, 프랭크 스텔라, 데미안 허스트, 알렉산더 콜더, 칸딘스키, 마크 로스코 등 거장의 작품이 줄줄이 걸렸다.
아트바젤위원회가 발행하는 이날 ’아트뉴스페이퍼’는 “전세계적으로 경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아트페어를 통해 현대미술을 컬렉션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문은 컬렉터들이 딜러를 통해 직접 작품을 사면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고 작품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시장에 걸린 작품 상당수에는 이미 판매됐다는 것을 알리는 빨간 딱지가 붙어 미술품 구입에 대한 열기를 실감케 한다.
10년째 바젤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사장은 “올해는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2층 전시장이 유례없는 성황”이라며 “미술시장의 열기가 거장에서 젊은 작가들에게로 확실히 넘어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 한국 화랑들 = 한국 화랑은 국제갤러리와 PKM갤러리의 2곳이 참여했다.
국제갤러리는 제2관 1층 갤러리 바이엘러 맞은 편에 설치된 부스 입구에 이우환의 ’조응’시리즈를 내걸고 있으며 구본창의 백자 사진, 전광영이 한지를 캔버스에 붙여만든 작품, 조덕현, 이기봉의 작품 등을 내놓았다.
이현숙 사장은 “10년째 바젤에 참여하면서 고정적인 유럽 고객이 상당수 생겼다”면서 “올해는 유난히 열기가 뜨거운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아무래도 한국작품은 한국적인 냄새가 강하고 수공이 많이 들어간 장인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제갤러리측은 프리 오픈날인 이날 이미 1점당 15만달러인 전광영 작품 4점을 판매했으며, 8만달러짜리 이우환의 ’조응’, 이기봉의 작품 4점 중 2점, 구본창의 사진 등을 판매했다고 전했다.
제2관 2층에 자리잡은 PKM갤러리는 올해 처음 바젤아트페어에 참여해 유럽시장을 노크한다.
PKM은 전속작가인 이불의 조각이 글로벌기업 UBS사의 기업컬렉션에 6만8천달러에 이미 팔렸으며 김상길의 ’동호회’시리즈 10점 1세트는 바젤지역 내 미술관이 10만달러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함진의 초소형 조각, 문범, 김보민의 회화 등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바젤 아트페어의 특별행사 = 바젤 아트페어는 미술품 매매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최신 유행을 보여주는 역할도 하는 행사다.
메세 바젤 입구 광장과 제1관에서 마련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아트 언리미티드’에는 60여개 프로젝트가 소개돼 볼거리를 연출한다. 폴 맥카시가 산타클로스를 섹스와 연결해 표현한 대형 조각상을 비롯해 마이크 넬슨이 관광버스를 이용해 만든 설치작업, 윌 델보예가 철근으로 만든 트럭 등이 눈에 띈다.
젊은 작가들을 위해 개인전을 꾸며주는 ’아트 스테이트먼트(Art Statement)’에도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올해는 16개국 출신 26명이 개인전 형식의 전시를 열고 있으며,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양혜규(36)가 참여해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바젤아트페어 주변 행사 = 바젤 지역은 한창 미술열기로 뜨겁다. 10년만에 행사기간이 겹치는 베니스 비엔날레,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카셀 도쿠멘타를 둘러보는 관광객과 컬렉터들이 바젤을 거점으로 미술여행을 하면서 작품을 구입한다.
바젤 공장지대에서 열리는 볼타쇼도 이들을 겨냥하고 3년 전에 생긴 미니 아트페어다.
올해는 국내 갤러리 중 갤러리 현대가 운영하는 젊은 작가 전문 두아트갤러리가 처음으로 참가해 작가 10명을 소개한다.
두아트의 허유진 이사는 12일 “퓨전 한국화를 그리는 손동현의 맥도날드 로고 그림, 극사실적인 기법으로 여성의 입술을 그려내는 김성진의 소형 유화, 최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홍경택의 그림 등 5점이 이미 팔렸다”며 “바젤아트페어를 찾는 고객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타쇼 이외에도 바젤 지역에서는 리스테 아트페어, 발레라티나 아트페어 등 주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미니 아트페어들이 바젤아트페어에 맞춰 열린다.
바이엘러 갤러리가 설립한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에서는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 뭉크의 특별전이 내달 22일까지 일정으로 열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병든 소녀’를 비롯한 북유럽 일대 미술관과 바이엘러 재단 소장 뭉크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제공된다.
또, 바젤 시내 쿤스트미술관에서는 미국 작가 재스퍼 존스의 개인전, 바젤과 접경한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디자인미술관에서는 최신가구디자인을 소개하는 전시가 14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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