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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하대下代 신행선사信行禪師의 비명碑銘을 찬술한 김헌정(金憲貞:생몰년대 미상)은 단속사에 대하여, "그곳은 가파른 벼랑이 만길이요, 흐르는 물이 천길이라 명리를 떠나 숨어 살 곳이요, 세상을 등지고 자취를 감출 깊숙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고려 무신집권시 문인 이인로(李仁老 1152~1220년)의 『파한집破閑集』에 "지리산이 백두산에서부터 시작하여 꽃같은 봉우리와 꽃받침 같은 골짜기가 면면綿綿하게 잇따라서 지나는 곳마다
선경仙境 아닌데가 없다.
천바위가 다투어 빼어났고 만구렁 물이 다투어 흐른다.
대울타리 초가지붕에 복숭아 꽃이 가렸다 비쳤다 한다.
숲을 격해서 원숭이 울음소리만 들리는데, 자뭇 인간 세상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신라와 고려시대의 단속사 주위 배경의 모습이다.
단속사 창건 설화에 대하여 2가지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삼국유사 피은 제 8권 신충괘관信忠掛冠조에 "경덕왕 22년(763년) 신충은 두 친구와 서로 약속하여 벼슬을 버리고 지리산에 들어갔다.
두 번을 불렀으나 나오지 아니하고 머리깎고 중이 되었다.
그는 왕을 위하여 단속사를 세우고 거기에 살면서 대왕의 복을 빌기를 원했으므로
왕은 이를 허락하였다.
임금의 진영眞影을 모셔 두었는데 금당 뒷벽에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 별기에 전하는 바로는 "경덕왕때에 직장直長 이순李純이 일찍기 소원을 빌었더니 나이 50이 되면 중이 되어 절을 세우게 되리라 했다.
천보 7년(748년 경덕왕 7년) 50세가 되자 조연사라 하고, 자신도 삭발하여 법명을 공굉자로孔宏長老라 했다.
이순은 절에 거주한지 20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전자의 설화는 『삼국사기』에 실려 전해 내려왔던 것을 기록했다 했고, 후자는 어느 전기에 실려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선사가 두 가지를 다 실어 의심나는 점을 덜고자 한다고 했다.
우선 1530년에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 진주목 불우佛宇조에 실린 단속사를 소개한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여 옮겨보자.
"단속사는 지리산 동쪽에 있다.
골 입구에 최치원崔致遠이 쓴 「광제암문廣濟癌門」 네글자를 새긴 돌이 있다.
또 치원의 독서당讀書堂이 있었는데, 뒤에는 중 대감大鑑의 영당影堂으로 되었다.
또 신라 병부령兵部令 김헌정이 지은 중 신행의 비명과 고려 평장사平章事 이지무李之茂가 지
은 중 대감의 비명과 한림학사 김은주金殷舟가 지은 진정대사眞定大師의 비문이 있다."
필자는 단속사의 창건년대를 당 천보 7년(748년)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김은주가 지은 진정대사 비문의 주인공은 생몰년대가 미상인 통일신라시대 승려로서
의상(義相:625~702년) 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다.
출가하기전에는 군무에 종사하였고, 틈이 나면 품을 팔아 홀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어머니의 출가 권유를 받아 들여 태백산 의상에게 가서 중이 되어 화엄학을 공부하여 의상 십철十哲에 포함되어 성인으로 존경을 받았다.
진정眞定, 상원相源, 양원良圓, 표훈表訓등은 10대 제자중에서도 더욱 뛰어나 사영四英으로 일컬어지기도 하였다.
진정대사가 단속사에 머물렀던 연대를 알수 있는 사료는 없지만,
의상대사 문하에 20세에 들어갔다고 가정을 하여 단속사 창건년대인 748년까지의
나이 계산으로 66세가 되는데 단속사의 전신인 조연소사에 머물고 있었던지,
아니면 이순이 단속사를 창건하면서 같이 안거하였다고는 믿기지 않으므로 그 이후 말년에
주석했던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진정이 창건하였다고 전해 내려오는 경북 영풍군 풍기읍에 있는 화엄종 사찰인 비로사毘盧寺에 진정의 비碑가 세워지지 않고 단속사에 있었다고 하는 것은 단속사와의 깊은 인연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생각되어진다.
다음으로 단속사에 주석하여 입적한 신행선사(信行禪師 704~779년)는 법랑法朗에 의해
전해 받은 북종선北宗禪을 신라에 처음으로 전하였고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희양산문의 문경 봉암사를 개창한 지증대사智證大師는 신행의 후손이다.
신라 희강왕의 아버지 김헌정이 찬술한 해동고신행선사지비海東故信行禪師之碑에 의하면 신행의 속성은 김씨요 경주 어리인御里人이다.
나이 30세에 출가하여 운정선사運精禪師에게 득도 2년간 시봉하다 다시 호거산에서 법랑선사가 지혜등智慧燈을 전한다는 소문을 듣고, 곧 그곳으로 나아가 7일을 지나지 아니하여
몰록 어지奧旨를 전해 받았다.
그후, 당나라 중원으로 가서 지공화상志空和上에게 소개받은
신수神秀의 맏동생인 대조보적大照普寂을 참례하여 경률經律을 배우고
형주荊州 옥천사玉泉寺에 나아가 신수를 사사師事하기 6년에 신수대사가 기특히 여겨 그 도를 전수했다.
그리하여 미증유未曾有를 얻어 허실虛室에 혜등慧燈을 돋우고 선하禪河에 정수定水를 모았다.
선사는 계림鷄林으로 귀국하여 근기에 따라 간심일언看心一言과 방편으로 다문多門을 보여
일대一代의 비전秘典을 통해 삼매의 명등明燈을 전하다가 779년 혜공왕 15년 10. 21일 남악(南岳 지리산) 단속사에서 입적하였다.
선승의 비문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9세기 전반에 시작되었는데 이 가운데 단속사의 신행선사비는 생애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랜 것에 해당된다.
그러나 비碑는 813년 건립되었으나 없어진지 오래다.
다행히 비의 탁본은 전해 내려온다.
우리나라 금석문을 모아 1832년 청나라 고증학자 유희해劉喜海가 편집한
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 전문에 이 탁본은 실려있다.
다음으로 단속사에 안거하여 입적한 스님은 고려 왕사제도 아래 처음으로 왕사로 책봉된
대감국사大鑑國師 탄연(坦然 1070~1159년) 스님이다.
대감국사 탄연은 원응국사圓應國師 학일學一보다 약 20년가량 후의 인물로서 그의 사상은
사승師僧 광명사廣明寺 혜조국사慧照國師 담진曇眞과
거사인 이자현(李資玄 1061~1125년)의 영향을 받아 간화선에 접근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자현은 선승은 아니었으나 거사로서 당시 불교계의 대표적 존재인 담진과 탄연에게 감화를
줄 정도로 심오한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
혜조국사, 원응국사, 대감국사 탄연 등은 예종睿宗시부터 의종毅宗에 이르는 시기에 선종禪宗을 부흥시킨 두드러진 인물이다.
현재 보수된 단속사지 당간지주
탄연은 뛰어난 글씨로 더욱 유명하였고, 그의 비문끝에 제자로 보이는
단속사 주지 허정삼중대사虛淨三重大師 연심淵諶과 회량대사懷亮大師, 참학參學, 처단處端이 보인다.
그러나 탄연의 문인門人으로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연심은 최충헌崔忠獻이 명종明宗을 폐위시키고 신종神宗을 즉위시킬 때 대선사로서 다른 승僧 10여명과 영남으로 유배되었다.
따라서 그는 명종을 후원하였고 이때문에 최충헌의 등장과 함께 제거됨으로써 최씨 집권아래서 탄연의 문인은 계승되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수선사(修禪寺 지금의 승주 송광사)를 개창한 보조국사 지눌의 제자로서 칙명에 의해 33세의 젊은 나이로 수선사의 제2대 주지를 한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 1178~1244년)도
수선사로 진산하기 직전에 단속사의 주지를 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및 『동문선東文選』에 실려 전하는 「조계산 제2세 고 단속사주지 수선사 주 증시 진각국사 비명병서曹溪山 第二世 故 斷俗寺 住持 修禪寺 贈諡 眞覺國師 碑銘幷序」이다.
1250년에 세워진 이규보李奎報가 찬한 이 진각국사의 석비는 현재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에 있는 편마석片麻石으로 된 비신碑身으로 현재 심한 마멸과 잔비殘碑로 월남사지月南寺址에 남아 있다.
이 비는 혜심이 단속사 주지로 있었다는 유일한 자료의 석비로써,
혜심이 월남사를 창건하였고, 여기서 선풍禪風을 진작시켰던 인연에 의해서 이 비가
월남사지에 세워졌가고 생각되어 진다.
또한 혜심 그 이후에 수선사의 5대 주지를 한 원오국사圓悟國師 천영(天英 1215~1286년)은
최우崔瑀가 개창한 선원사禪源社에 진산하기 직전 최이崔怡가 집권하는 시기인 1248년 34세의
나이로 단속사에 주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최이의 서자인 만전萬全과 만종(萬宗 뒤에 최항)은 세속을 떠나 출가하도록 조치받았다
최이는 왕과 동등한 예우를 받던 시대이므로 서자들의 출가는 선종사원을 장악하여 불교계에 끼친 폐단의 영향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몽고 침략을 적게 받은 남부지방의 단속사와 쌍봉사에 출가한 이들은 관곡官穀을 이용하여
경제기반을 확보하고 신분제를 무시 만종은 환속하여 최이의 뒤를 이어 집권하였다.
단속사는 원오국사 천영과 소군小君인 만전이 주지를 하고 있었던 인연에 의하여 세속과 결탁한 근거지가 된 대표적 사찰이 되기도 하였다.
『한국금석추보韓國金石追補』에 수록된 천영의 아버지 양택춘(梁宅春 1172~1253년)의 묘지석 자료에 보면 그의 아들 천영의 후원자가 된 최이, 최항(만종)의 집권시기에 양택춘의 관직이
승진되고, 다른 자식들까지 관인官人으로 나아가게 된다.
실권자와 불교계가 밀착되고 있는 드문 사례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대두되었던 지방사원으로서의 단속사는 고려전기와 조선조까지 조계사(曹溪寺, 수선사), 밀양 영원사瑩原寺, 회암사檜巖寺등의 지방사원과 함께
중앙 선종사원인 선원사禪源寺, 봉은사奉恩寺, 광명사廣明寺에 못지 않을 정도로 중요시되고 있었다.
조선 세종6년 36선교사원禪敎寺院과 조선초에 팔관회와 연등회는 폐지되었으나 정변에 희생 당한 영혼을 위한 수륙사水陸寺가 설치되어 이런 기능을 가지고 창건된
사원을 합쳐 40여사寺가 가장 중요한 사원으로 확정되어 단속사도 이에 포함되었는데,
경상도의 사찰로는 기림사祇林寺, 해인사海印寺, 견암사見巖寺와 함께 단속사는 150전결田結의
땅을 할당받아, 대사찰로서의 건실한 선풍진작의 거점으로 유래를 이어오다가 언제, 어떻게, 왜 폐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확실한 자료가 없다.
단지, 산청군에서 발간한 자료에 소개한 것을 보면 이렇다.
"여러차례 화재를 입고 서기 1568년(선조 원년)에는 유생들에 의해 불상, 경판들이 부서지고 황폐하여 졌다.
그리고 1597년(선조 30년) 정유재란丁酉再亂때에 왜적의 병화로 완전히 탔다가
그뒤 선각先覺 스님에 의해 일시 중건되었다.
그 이후 폐허되어 버렸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1799년 왕명에 의해 전국 사찰의 존폐를 조사한 『범우고梵宇攷』 진주편에 의하면
단속사는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한자의 틀리는 부분이 몇군데 있지만) 그리고
1912년 조선총독부에 해인사 본말사本末寺 사법寺法 인. 허가신청시에 단속사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으로 보아 단속사는 1799년부터 1912년인 100년 남짓 사이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속사지에 남아있는 현재의 유물로는 지금의 청계리淸溪里 용두마을 뒷쪽에 있는 석벽으로
이는 옛날 단속사로 들어가는 천연석문天然石門인데 그곳에 '광제암문廣濟癌門'이라고 새긴
커다란 글씨가 아직도 선명하다.
최치원이 썼다고 전해지는 광제암문 음각문
이것은 조선 금석 총람上(P. 232) 단속사동동구석각斷俗寺東洞口石刻에 의하면
서기 995년(고려성종 14년 이 절의 석혜●釋慧● 스님이 쓰고 석효선釋曉禪 스님이 음각하여
새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범우고에는 최치원이 석각한 글씨라고 소개되어 있어 사료 연구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단속사지는 마을과 논밭으로 변했고,
마을입구에 남아 보호되고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인 단속사지 동서 삼층석탑인
보물 제72호, 보물 제73호로 지정된 쌍탑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 쌍탑은 2층 기단위에 세워진 전형적인 방형 삼층석탑으로 상륜부는 노반露盤, 복발, 앙화까지 남아있다.
이 탑은 각 부분의 비례와 균형이 알맞아서 안정감이 있고 치석의 수법 또한 정연하여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마을 동남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원형의 간공이 세군데 관통된 돌의 일자형 기둥이 두개 보관되어 있는 당간지주를 볼 수 있다.
두개중 하나의 기둥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다른 또 하나는 둘째 간공부분 위로 잘려나간 채 세워져 있었다.
그 잔석은 두쪽으로 빠개어진 채 복원이 시급함에도 어느 누구의 관심도 없이 동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어 안타까운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바람도 없는데 연꽃 잎새 흔들거림은
필시 물고기의 움직임 때문
무풍하엽동無風荷葉動
필정유어행必定有魚行
동네 어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당간지주 편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