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kr.blog.yahoo.com/ahrdls03070/10775.html?p=1&pm=l&tc=6&tt=1221754898

金海 神魚山 甘露寺址


강풍에 가뭇없이 날려 가버린 연 줄처럼
어느새 단풍이 들고 늘어만 가는 흰 억새 머리카락을 본다.

그 공허를 일부만이라도 메꾸기 위한 작업,
그것은 고장난 시간을 고치는 일이다.

이번에 찾은 곳은 김해 동쪽 끝 상동면에 위치한 감로사지.
쉽게 말해서 경부선 물금역에서 원동역을 향해 2/3지점 낙동강 건너 산중턱에 있다고 보면
대충은 맞다.

김해 신어산(神魚山 603메타)에서 동쪽으로 달려
금동산(琴洞山 463메타)을 지나 대감리 넘어 옥촉봉玉燭峰 꽃고개 아래 이 일대가 감로사지다.

『신증동국여지승람』 32권 김해도호부 불우조에 "감로사甘露寺는
신어산 동쪽 옥지연玉池淵을 임해서 있다.

송나라 이종理宗 가희嘉熙 원년에 중僧 해안海安이 건립하였고
중僧 몽암夢庵의 기문記文이 있다"라고 하여 이것이 감로사를 소개한 전부다.

"사찰이 옥지연을 임해서 있다"라고 했으니
김해군 상동면 감로리 화현花峴 마을과 신곡新谷 마을 전부가 감로사지였던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송나라 가희 원년은 고려 고종高宗 24년 (1237년)이고
이때 창건했다고 하는 해안 스님은 어떤 스님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중 몽암의 기문이 있다'라고 한 이 기문은
아마 1308년 10월 『유점사기발문楡岾寺記跋文』을 쓴 권단權旦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금석전문韓國金石全文』 (1111페이지) 권단묘지權旦墓誌에
낙발이사지도호야운落髮而師之道號野雲이라 하여 낙발落髮한 권단의 법명法名이
야운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유점사기 발문의 끝에는 권단의 호인 몽암夢庵, 법명인 야운이 모두 밝혀져 있다.
발문의 내용에는 금강산 유점사 여러 승의 협조를 받아 민지閔漬가 유점사의 유문遺文과
구전口傳을 모아 사기寺記를 썼다고 하였다.

몽암이 삭발했던 그 당시의 광경을 재미있게 소개한 일화가
『고려사』 권107열전 권단항을 보면 권단은 불교를 혹신酷信하여 40년동안
파, 마늘과 고기를 끊고...(중략) 스스로 몽암거사夢庵居士라 했다.

1304년 강남의 승僧 철산鐵山은 뱃길로 오자
권단은 僧이 되어 그를 모시고자 했다.

아들인 부溥가 없는 사이를 틈타 선흥사禪興寺에 숨어서 머리를 깎았다.
부가 달려와 목놓아 우니,
권단이 말하기를 "장차 환속還俗하겠다. 그게 나의 본래 마음먹은 바이다"라고 했다.

어떤 경로로 해서 그가 썼던 『유점사기발문』이 감로사에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만약 몽암이 김해 감로사와 관계가 있었다면 남송南宋 임제종臨濟宗 양기파楊岐派의

철산은 허평許評의 부부가 봉안한 대장경大藏經 1본과 그외 대장경 6,000권을
강서江西 선춘현宣春縣의 대앙산大仰山으로 옮겨 중국으로 역수출한
고려대장경이안高麗大藏經移安에 있어 주목되는 장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감국사비명圓鑑國師碑銘에 원감국사 충지(沖止:1226~1282)가 처음 주지직을
1266년~1270년 사이 김해 감로사에 주석하여 크게 번창시켰음을 볼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37권 장흥도호부 인물란에 "속세 이름은 위원개魏元凱였는데
고종 무신년에 장원 급제하여 벼슬이 한림翰林에 이르렀다.
뒤에 출가하여 충지라 이름하였고 시호는 원감이다"라고 적고 있다.

원감국사와 같은 시기에 활약한 당시의 뛰어난 선승들은 일연一然, 혼원混元인데
충지는 뒤에 천영天英의 뒤를 이어
수선사(修禪社:지금의 조계산 송광사)  조계산의 6세가 되었다.

원감국사비와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志』에 김해 감로사는
고려때 조계종인 선종禪宗에 속하다가 조선초에 종파가 바뀌면서 88寺 가운데

교종敎宗인 자은종慈恩宗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 다시 선종으로 정리되었다"라고
했으므로 그간에 종파의 변화가 몇번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 현존 문헌에서 최초의 자은종 명칭을 볼 수 있는 것은
『조선금석총람』(上 332페이지) 대각국사비에 "중국에 있던 천태天台, 현수賢首, 남산南山,

자은慈恩, 조계曹溪, 서대범학西大梵學을 일시에 전료傳了하다"라고 하여
여기에 들어있는 자은이 바로 자은법상교慈恩法相敎 즉 자은종이다.

이와같은 자은종의 이름은 모든 종파가 폐합되어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으로 축소되었을 때
자은종은 교종속으로 들어가 그 이름을 잃고 말았다.

사원의 종파가 바뀌거나 분쟁이 있었던 사실은 고려중기보다 고려말에,
고려말보다는 조선초에 심하지 않았는가 한다.

태종 7년에 무슨 이유와 어떠한 절차에 의해서 어느 달에 종단을 병합하여
11종단을 축소시켜 7宗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하여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

그 7종단은 조계종曹溪宗, 천태종天台宗, 화엄종華嚴宗, 자은종慈恩宗, 중신종中神宗,
총남종摠南宗, 시흥종始興宗이다.

세종 6년(1424년) 4월에는 이것마저 숭유억불 정책에 강제로 예조禮曹의 계청啓請에 의해
조계종, 천태종, 총남종을 합해서 선종禪宗의 하나로 통합하고,

화엄종, 자은종, 중신종, 시흥종을 합쳐서 교종敎宗의 하나로 통합하여
선종, 교종 양종파만이 존재하게 하였다.

『세종실록』권 제24 하夏 4월조에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전국에 36寺만을 남기고 선종 18寺에 田 4,250결, 각사各寺 거승居僧 도합 1,970명

교종 18寺에 田 3,700결, 거승 동합 1,800명으로 각각 그 사찰과 전토 및 거승수를 한정하였다.
이러한 억압과 편협속에서 정치적으로 무시당하고 천대받는 가운데

지방사원地方寺院이 사세를 유지한 경우는 대신大臣의 제사(齊寺:願堂)로서 특별한 지원을 받은 예와, 또다른 이유는 고려시대부터 계승된 뿌리깊은 지리설地理說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사원에 대한 지리설의 원리는 도선道詵의 비기秘記에 바탕하여 여기에 관련된 사원과
비보裨補에 실린 사원은 폐사에서 유보된 것으로 본다.

이러한 좁은 관문에서 살아남은 김해 감로사의 풍수지리는 옥촉玉燭이 하늘에 비치는 모양,
즉 옥촉조천형玉燭照天形의 명당明堂이 있어 문과文科 12명에 재상宰相이 나올 자리라 하여

권신權臣의 후원속에 유지되어, 조선 태종시의 정부가 여러 고을의 복을 비는 절을 골라서
유명한 절로 고쳤는데, 여기에 김해 감로사가 포함되어 사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감로사는 조선말가지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금석총람』 (下 1125페이지) 감로사 진남루鎭南樓 석주기石柱記에

영조 7년(1731년) 24석주를 세워 진남루를 지었다라고 되어 있어 아마 감로사의 마지막
현존문헌이 아닌가 한다.

감로사를 해안스님이 창건하고 마지막 문헌에 진남루를 지을 때 관여한 수승首僧 해명海明스님의 법명이 말해주듯 사찰의 시작과 끝이 해자海字로 끝남을 보이고 있음이
이 또한 부처님 인연법이 아닌가.

『읍지』에 감로사의 암자로 남암南庵, 중암中庵, 서암西庵, 도솔암兜率庵, 백련암白蓮庵,
석영암石永庵 등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문헌상 조선말까지 존재해 온 대가람을 이루었던 감로사가 왜 폐사 되었을까?
김해지방의 긴 재해로 인하여 대사찰의 경제유지에 급급해 자연 파산하였을까?

1855년부터 1863년까지 김해지방에 농사가 안되어 폐해가 심각했음을 년도와 면적을
상부에 공문한 것을 보면

1855년 207결령結零, 1856년 934결령, 1857년 415결령, 1858년 268결령, 1859년 130결령,
1860년 241결령, 1861년 138결령, 1862년 358결령, 1863년 79결 89부負로

10여년의 재해가 김해 사람들은 천재天災이며 사람이 하는 짓이 아니라 했다.

"슬프다. 이 곤궁한 백성은 한해를 부지런히 힘써도 가을에는 한이삭 한알의 수확이 없으면서도
세를 거두게 되니 두렵건데 참을 수 없는 정치다."라고 하여 한탄하고 있다.

사찰에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는 중대한 사항이다.
여하튼 감로사의 폐사가 200여년~100여년 남짓한 사이 일부 남아있는 사지寺址는
이미 황폐하여 와편瓦片만 널브러져 있고 유물이라곤 어디에도 없다.

그나마 남아있던 유물들은 마을이 들어서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버렸고
역사의 잔영殘影만 남아서 신곡마을에 남아있던 석탑 및 귀부龜趺, 탑의 옥개석 기단부분,

연화대석蓮花臺石, 부도浮屠와 대좌파편臺坐破片등은 1975년 동아대학교에서 사지발굴시
교내 박물관으로 옮겨갔다.

감로사의 석조여래좌상은 구한말에 낙동강변으로 옮겨졌다가1947년 2월 양산시 물금면의
용화사에 법당 중수시 주불로 봉안하여 1968년 12월 19일 보물 제491호로 지정되었다.

                         


이 석조여래좌상을 옮기는 과정에서 전신의 호분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법의法衣는
우견편단에 옷주름은 밀집된 평행선으로 간략하게 처리하였고 두 손은 불균형으로
조각된 항마촉지인降魔觸指印이다.



                         



팔각 중대간석에 암각한 팔부중八部衆은 형식적으로 모각했고 광배와 대좌를 갖춘
석불의 좌상 전체는 균형을 잃은 졸작으로 이러한 조형의 빈약성은 인체파악이 되어있지 않은
까닭이며 기술정신 모두 쇠퇴하여감을 볼 수 있어 그 조성연대가 고려말이 아닌가 추정된다.



                         



                         



                          


그외 완형을 유지하고 있는 감로사 말사인 백련암의 부도가 무척산 동쪽으로 갈래내린
약 620메타 오롯한 봉우리 위에 건륭乾隆 48년(영조 8년:1784년=건륭建隆으로 잘못 썼던지
아니면 48년 년수를 잘못 썼던지 둘 중 하나다.)이라고 부도옆 암석면에 음각하여

소개되어 있으나 세월에 깎여져 오래된 현재의 부도와는
시간과 공간적 면에 일치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부도는  자판을 두고 사각의 지대석위에 앙련석을 놓았다.
몸통은 종석형을 따랐고 옥개석은 위에 용마루를 표현한 팔작지붕석을 얹어
우리나라에서도 보기드문 특이한 부도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대덕스님의 부도인지 궁금하다.


즈믄 밤낮 이어온 물금강
높은 봉우리 가을 단풍 붉고 
머물지 않고 머물고 있음이여... 

가을비 내리고 스산한 바람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