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명월산 명월사지(明月寺址)



부산시 강서구 지사리소재 명월산 흥국사



가락駕洛 불교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찰.
서기 144년 수로왕 자신과 새왕조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하여 창건하였다고 하는

명월산 명월사지를 다녀오며
"이것이 가락불교다"라고 내놓을 만한 자료의 빈곤에 문득 잡히는 게 있었다.

언어학자 강길운 교수에 의하면 김해의 옛이름인 가락과 후의 명칭인 가야는
모두 고대 인도어인 드라비다어로서 그뜻은 '물고기'라고 한다.

고대 드라비다어로 물고기가 '가락'이고
발전된 드라비다어로는 '가야'라는 것이다.

가락, 가야가 모두 드라비다 말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고어(古語), 신어(新語)의 순서가 한국에서도


가락에서 가야로 변해간 것과 똑같은 데에 대해서
어느 신문지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쌀'이라는 말도 인도어라니.

낙동강 하류 김해지방에서 일어난 가락국은 처음 작은 부락국가를 형성하여 가다가
좀더 커지면서 부족국가 형태로 변모되어 육가야(六駕倻)가 되었다고 한다.

육가야는 금관가야(金官駕倻:김해), 아라가야(阿羅駕倻:함안), 고령가야(高寧駕倻:함창),
대가야(大駕倻:고령), 성산가야(星山駕倻:성주), 소가야(小駕倻:고성)이다.

한 나라의 국명國名까지 인도문화의 영향하에 지어졌다면
과연 가야의 맹주인 수로왕, 아니면 조상이 인도사람이었단 말인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고대의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발달된 문화를 보인 김해의 가락국은

처음에 철기문화와 벼농사가 퍼지면서 이 지방의 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하여
서기전 2세기경에는 고대국가의 틀이 잡히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하여 삼한시대에는 구야국狗耶國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등장하였고
그것이 가락국으로 발전하여 가야 연맹체의 중심세력이 되었다.

벼농사는 인도의 문명이 한반도에 들어온 것을 말한다.
왜 하필이면 한반도 제일 남반부에 위치한 김해지방에서 부터 벼농사는 시작되었을까?

우선 『삼국유사三國遺事』에 포함된 「가락국기駕洛國記」를 보자.
가락국의 시조 수로首露는 구간九干의 앞에 우뚝서 왕위에 오른다.


이때가 후한後漢의 세조 광무제(世祖 光武帝) 건무建武 18년 임인년任寅年 때이니 AD 42년이다.
건무 24년(AD 48년) 음력 7월 27일

가야 앞바다에 붉은 빛의 돛을 단 배가 기旗를 휘날리며 북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20여 이방인 중의 한 미인이 김수로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본래 아유타국阿喩陀國 공주입니다.
성은 허許이고 이름은 황옥黃玉이며 나이는 열여섯살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가락국에 오게된 경위를 설명하고 금년 5월에 본국의 부왕父王이
자기로 하여금 멀리 가락국왕에게 시집가라고 하여

험난한 항해를 거쳐 왔다며
받아줄 것을 간청한다.




가락국 김수로왕과 허황옥 왕비



허황옥은 해로를 거쳐 가락국의 왕을 만나기 위해
금년 5월에 출발하여 7월 27일 도착하였으니 두 달여만에 가락국의 왕을 찾아 왔다 하지 않는가.

가락국, 허황옥이가 김해에 오기전부터,
이미 대외적으로 인도말인 가락국으로 불리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두 달만의 항해 끝에 가락에 도착하였다니 2,000여년전
그 당시에 돛을 단 조선기술造船機術로써 가능한 일일까?

필자의 이 숱한 의문속에는 가야의 인도 북방불교 전래설(印度 北方佛敎 傳來說)이
가장 관심깊게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 가야시대에 사용한
인도식 문장紋章인 쌍어문(雙魚文:마주보는 물고기)이

신어산神魚山 은하사銀河寺 대웅전 수미단과 김수로왕릉 정문에 나타나고,
남방식 불탑과 명월사지明月寺址에서 발견된



사왕석蛇王石



탑신의 일부로 보이는 화강암의 사왕석蛇王石이
삼매경에 잠긴 불타를 두 마리의 뱀이 보호하고 있는 형상이,

어쩌면 허황옥 및 인도인들의 행로를 추적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열쇠로 보인다.

허황옥의 고향 아유타는 불교 우선정책을 편
마우리야 제국시대 코살라왕국의 수도로서

갠지스강 유역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도시인 아요디아라고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그리고 아요디아의 문장紋章은 쌍어문雙魚文이다.

뿐만 아니라 쌍어문은 아요디아가 속해있는 주州 정부의 문장이라고까지 한다.
이 쌍어문이 인도나 김해에서만 발견되는게 아니라

허황옥의 출현시기인 서기 1세기를 전후로
중국 사천서 나온 후한때 벽돌에도 나타나 있고,


양자강 하류 무한武漢에서 발견된 놋대야(銅詵)의 밑바닥에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쌍어문은 무엇을 뜻하는가?

신앙의 상징으로 인간의 죄를 씻어주고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 쌍어라고 하는데,

이러한 쌍어의 신앙과 불교를 가지고 인도인들의 집단이주集團移住는
왜 이루어졌는가를 알기 위해 『인도고대사印度古代史』와

허황옥의 능앞 비碑에 새겨진
「가락국수로왕비 보주후 허씨능駕洛國首露王妃 普州后 許氏陵」이라고 한

허황옥의 관향貫鄕인 보주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외의 정책을 불교이념으로 무장한 마우리야 왕조를 이끈 아쇼카왕은 승려가 되었고,

고대 세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불교의 포교 군주였다는 것이 그의
금석문 다르마야뜨라로 알 수 있다.

이 마우리야 제국의 몰락은 BC 232년 아쇼카왕이 권좌에서 물러나면서부터 시작,
BC 185년에는 불교정책에 불만을 품은 브라만 출신의 뿌시야 미뜨라 슝가에 의해

마우리야 마지막 왕 브라하드라타를 살해,
멀리 아요디아와 빠딸리뿌뜨라의 수도권을 장악,

중부 인도를 통치하면서 슝가 왕조는 불교도를 철저하게 박해한 것으로
『인도고대사』는 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불교를 신봉하는 아요디아 주민들 가운데 상층계급에 속한 허씨 종족의 상당수가

중국의 사천으로 이동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방 기마민족의 살육과 약탈을 피해 그들은 인도서역 실크로드 요충지인

중국 천수로부터 동남쪽 45㎞ 떨어진 맥적산麥積山을 지나
촉蜀나라의 사천四川으로 통하는 지름길을 따라 파주巴州 부근에 정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실마리는 풀린다.
허황옥의 관향 보주普州는 한국땅 어디에도 없다.

보주는 사천성四川省 안악현安岳縣에 있는 지명이었다는 것이
『중국지명사전中國地名辭典』에 나온다.

안악현은 무한武漢에서 의창宜昌을 거슬러 올라가 중경重慶에 이르는
양자강 상류의 여러 지류支流중의 하나인 가릉강嘉陵江 유역에 있다.

가릉강의 옛이름은 유수渝水라 한다.
'渝'는 '나라이름 투'자인데 촉나라를 세울 때의 고장이라는 뜻이다.

이 지역에는 '巴'자가 들어 있는 지명이 많이 흩어져 있다.
파주巴州, 파읍巴邑, 파동巴東, 파현巴縣 등이 그것이다.

'巴'는 촉국이 있던 곳이라 하여
'땅이름 파'로 음해音解되지만

글자 모양이 뱀의 상형象形이어서
'뱀파(식상사食象蛇)'로 해석되는 것은

이곳 열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비단뱀(파사巴蛇)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주민을 파족巴族이라 한다.
파족들은 이곳의 뱀들이 주민을 보호한다는 신앙을 가지고 있으며,

이 파사는 사슴을 삼킨다.
사슴이 다 썩으면 나무에 제몸을 쫄라매는데

그러면 배속의 뼈가 비늘을 뚫고 나온다고
중국 하夏나라때 저술되었다고 보는 최고기서最古奇書 『산해경山海經』 p262에서 말한다.

산해경에 파사를 소개한 그림과
명월사지에서 발견된 사왕석蛇王石의 두 마리 뱀은 어찌 그리도 흡사한지 필자도 놀랐다.

그리고 더욱 주목되는 일은 중국의 『파주지방사巴州地方史』를 보면
AD 47년 파군巴郡의 남쪽에 도산족潳山族의 두목 뇌천雷遷이 반란을 일으켜

백성을 약탈하고 살륙을 일삼아 커다란 혼란이 가중되자
중앙정부에서는 무위武威장군으로 하여금

병력 일만의 보기步騎를 투입하여 2년여에 걸쳐 반란군을 토벌하고 반란을 일으킨 종족 8,000여 가구를
강하江夏지방(지금의 무한)으로 쫓아 버린 일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주:한국고대사 김종윤 저)

그후 AD 101년에 이 지방에서 前과 같은 반란이 일어나는데
주동세력은 지난번 반란의 핵심인 허씨許氏의 종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번 반란 때인 AD 47년(허황옥이 김해에 온 것을 48년으로 보면 157세에 죽은 것이 된다.),
아니면 AD 101년(만약 이때 허황옥이 가락에 왔다면 허황옥이 죽은 나이는 103세가 되어 현실성에 믿음이 가지 않을까?)에

도래渡來 했을지도 모를 허황옥의 일행은 보편적인 루우트인
사천성을 뚫고 흐르는 가릉강 지류인 상류를 만나는

중경에서 의창, 무한, 상해로 가는 양자강에서
바로 김해 쪽으로 달려 왔으리라 필자는 생각한다. 

 불교를 신봉한 아쇼카왕조의 풍비박산으로
BC 185년 이후 일부 인도인들에 의해

철기문화와 벼농사, 불교 등의 인도문화가
사천성과 양자강을 거쳐 바로 김해 루우트를 통해 유입되었으리라.

그리하여 김해지방에 잠재되어 있던 불교의 저변문화가
인도인 왕비의 출현으로 점화된 게 아닌가 여겨진다.

이러한 일련의 유민도래流民渡來 사건으로 인해
가야 민중속에 스며든 불교문화는 한국에서 불교가 공인된 연도보다 훨씬 더 이전일 수 있다고 보아진다.










명월사에 숙종때 증원이 세운 가락국 태왕 영후 유허비




구전口傳으로 사찰 건립시기를 명백히 한 명월사는
임진왜란(1592년)의 병화로 소실되어 광해군 10년(1618년)에 중건되고,

그뒤 또다시 중수 될때에 기와 하나가 무너진 담 밑에서 나왔는데
'건강원년갑신 3월 람색(建康元年甲申三月藍色)'이라고 새겨져 있었단다. 

建康元年은 수로왕 재위때인 AD 144년이 된다.
그러나 정확하게 고증 확인할만한 길은 없다.

단지 가야불교의 공인된 시기는
"제 8대 질지왕( ?知王:451~492년) 즉위 이듬해인 452년에

수로왕과 왕후가 결혼했던 곳에 왕후사(王后寺:현 장유사 입구에 조선후기까지 존재했다가
지금은 묘소로 바뀌었다.)라는 절을 지었다.

그리고 사자를 보내 절 근처의 평평한 밭 10결(46,728평)을 내주어
삼보(三寶:佛, 法, 僧)를 공양하는 비용으로 쓰게했다."라고 가락국기에 적고 있다.

그뒤 명월사는 1799년 왕명에 의해 사찰조사로 편찬한
『범우고梵宇攷』에는 사찰이 존재하여 있다고 나타난다.

그러나 1912년 한일 합방 이후의 조선총독부에 사법寺法 인가시
명월사의 이름이 사라진것을 보면 그 사이에 명월사는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뒤 오랫동안 폐사상태에 놓여 있었으나
김원두金元斗가 옛터에 있던 유물을 수습하여 두었던 것을

1942년 우담雨潭이
명월사지 위에 흥국사興國寺를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비에 쌓인 가야건국시기駕倻建國時期등 많은 검토가 필요한 만큼,
명월사지의 사왕석이 삼매경에 잠겨있는한

가락불교의 수수께끼는 늘 밝혀지지 않는
적적寂寂속에 잠겨 있을 것이다.

삼매로 보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