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시스】고은희 기자 = 한국 화단의 한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소호 김원준의 작품을 울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울주문화예술회관(관장 황지애)은 임진년 첫 기획전으로 세계 최초로 일필추상의 세계를 개척한 '소호 김원준 특별초대전'을 25일~3월 25일까지 회관 전시실에서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예의 일필휘지처럼 한 번의 붓놀림으로 달리는 말과 같이 우주의 영감을 거침없이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김원준 화백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그림은 고정된 장르나 틀이 없으며, 우주와 인간 내면의 깊은 심성을 아우르고 있다.

또한 김 화백의 작품세계는 힘이 넘쳐나며 독창적이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에서의 끊임없는 원초적인 본능과 갈등을 붓으로 생명력 있게 표현한 작품세계는 그의 그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김 화백의 고향은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다. 이번 전시가 반가운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김 화백은 "그동안 고향인 울주에서 전시회를 하지 못해 늘 아쉬움을 가졌는데 이젠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채는 우리나라 전통 색상인 음양오행을 담은 오방색이다.

오방색은 색채간 조화가 생명. 황, 청, 백, 적, 흑의 오방색이 귀한 색채로 아름답게 다시 태어난다. 즉, 우연과 필연이 뒤엉켜 있는 우리 삶의 몸부림을 대담한 색상과 면의 분할로 보여주고 있으며, 서양화의 화폭에 한국의 정신으로 오방색을 입혀 동양의 신비함과 서양의 스케일이 함께 녹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늘 그곳에 있으면서도 어느 곳에 있었고, 어느 곳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의 내면을 성찰하게 하고, 소우주인 우리의 진실에 오방색과 우주의 기를 담아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그려냈다고 할 수 있는 '김원준 화풍'을 만들기까지는 그리 녹록치 않은 세월이 흘렀다.

독특한 화풍으로 국내 화단에 유명 화가 반열에 올랐던 40대에 그는 활동을 중단하고 경기도 가평에서 17년간 은둔하면서 창작에 몰두했다. 우주의 기를 거침없이 쏟아붓는 세계 최초의 기법인 일필추상은 이러한 인고의 고통 속에서 탄생했다.

그가 지금까지 화폭에 담은 그림은 2000여 점. 이 중에서 1000여 점이 이 기간에 그렸다. 창작의 고통을 거쳐 잉태한 이들 그림은 그가 2010년 5월 소호아트미술관을 개관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

미술관에는 김 화백이 30여 년 전에 그린 작품 50여 점이 걸려 있는데, 그가 천연재료를 직접 개발해 만들어 쓰는 오방색은 작품 하나하나에 귀한 숨소리를 불어 넣고있다. 이 때문에 오방색이 뿜어내는 색감의 농도는 30여 년이 지나도 마치 오늘 그린 듯 선명하다.

화단이나 그림 애호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그의 그림에 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SK그룹 측은 2009년 소띠 해를 맞아 연하장 그림으로 김 화백의 그림 '정'을 선정하기도 했다.

김 화백은 "작품의 실체는 눈에 보이는 아름답고 신비로움만이 전부가 아니고 모든 작품은 그 값을 논할 수가 없을 만큼 귀하고 값지다"며 "작품을 깊이 이해한다면 그것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고 값진 것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주문화예술회관 오만석 기획담당은 "이번 전시회가 지역 문화예술계와는 소통과 교류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관람객들에게는 거장의 작품을 통해 마음속 깊은 내면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 초대일시는 25일 오후 5시며, 관람문의는 248-327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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