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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김문관 기자] 이웃나라 일본의 대규모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과거 식민지배 및 독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애증이 얽힌 일본인만큼, 우리 네티즌들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분열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벌써 1만명 이상이 실종 및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피해규모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대참사 앞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죽은자들과 남은자들을 동시에 위로하는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1 라흐마니노프 '슬픔의 삼중주 1,2번'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유명한 구 러시아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2곡의 '슬픔의 삼중주(Trio elegiac)'를 남겼습니다.

1번(G단조)은 작곡가 자신도 출판을 염두해두지 않은 듯 악보에 셈여림표를 기보해두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등 유명세가 덜하고, 2번(D단조)이 대단히 유명합니다.

2번은 1893년 당시 젊은 음악도였던 라흐마니노프가 존경하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작곡한 것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당시 친척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말 진실하게, 그리고 모든 정신을 집중시키고 고통스럽게...나의 모든 감정과 힘은 이 피아노 삼중주곡을 위해 바쳐졌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첼로와 바이얼린 그리고 피아노가 그려내는 엘리지(비가, 悲哥)가 우울한 심경을 잘 나타내줍니다.

참고로 덜 유명한 1번도 음악사에 남은 걸작은 아니나 감상에는 무리가 없이 매우 좋습니다.

음반은 보자르 트리오가 필립스에서 남긴 디지털 녹음이 좋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3중주 2번의 도입부입니다.

어린이들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슬픔의 3중주 1번 도입부입니다.

#2 차이코프스키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라흐마니노프가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을 기리며 슬픔의 삼중주를 남긴 것처럼, 차이코프스키 자신도 동료 예술가의 죽음을 기리며 피아노 삼중주곡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남겼습니다.

이 곡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명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작곡된 곡입니다.

루빈스타인은 지금은 매우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헌정됐던 인물인데, 정작 자신은 연주를 거절, 한때는 작곡가와 원수처럼 지내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 곡은 두개의 긴 악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첫번째 비가풍의 악장에서는 첼로와 바이얼린이 슬픔을 노래합니다.

2악장은 루빈스타인과의 추억이 담긴 멜로디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예로 들면 '루빈스타인과의 산책과 농부들의 춤과 음악' 이런식입니다

음반은 보자르 트리오가 60년대에 녹음한 필립스 음반이 흔히 추천됩니다. 

#3 페르골레지 '슬픔의 성모(스타바트 마테르)'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픔의 성모'라는 의미로  십자가 아래서 예수님의 죽음을 지켜보는 성모마리아의 슬픔을 가사로 하는 미사곡입니다.

이 장면은 음악 뿐 아니라 미술 작품에서도 흔히 소재로 쓰입니다

드보르작 베르디 비발디를 비롯한 유명작곡가들이 스타바트 마테르를 남겼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이탈리아의 요절 작곡가 페르골레지의 것입니다.

영국의 시인 키츠 처럼 26살의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한 페르골레지는 죽기 4년전인 1732년에는 나폴리 대지진을 추모하는 미사곡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가 죽은해인 1736년에 남긴 스테바트 마테르에는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슬픔과 비감이 가득하지만, 설명키 어려운 기품과 함께 한줄기 밝은 빛도 느껴집니다.

아바도의 도이치그라모폰(DG)녹음이 연주와 음질 양면에서 들을만 합니다.

스타바트마테르 시작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