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엑스포서 720만명 끌어들인 ‘한국관’ 성공 비결

지난 5월 30일, 상하이 엑스포 행사장 내 위치한 컬처센터가 5만여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1만5000석 규모의 공연장인데 이미 수용가능 인원을 넘어선 것. 한국의 문화예술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에 안전을 염려한 중국 주최 측은 긴급히 군인 3000여명을 동원해 관객들의 입장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행사를 중단시킬 조짐마저 보였다. 엑스포조직위원회와 심가영 예술총감독 등 한국 관계자들은 3시간여의 협상을 벌였다. 결국 오후 7시부터 시작인 공연을 1시간 늦은 오후 8시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부에서는 중앙국악관현악단, 경기도립무용단, 심가희금림예술단, 태권도시범 등의 공연이, 2부는 한류스타인 슈퍼주니어, 보아, 강타, f(x)의 공연으로 채워졌는데 3시간 동안 관람객들은 자리를 지키며 심지어 ‘대한민국’ 구호를 같이 외치기까지 했다. 이 행사는 하루 뒤 더 많은 화제가 됐다. 당시 행사장에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니 인파에 묻혀 1명이 사망했다는 대만발 기사가 떴던 것. 더 재밌는 건 이 기사가 오보였다는 소식이 중국의 대표 포털인 텅쉰왕(www.qq.com)이 발표한 엑스포 10대 뉴스에서 6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상하이 엑스포가 10월 31일 성대한 폐막식을 끝으로 18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190개 국가관과 56개 국제기구가 참가,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 상하이 엑스포는 숱한 기록들을 양산했다. 특히 한국관은 단연 화제였다. 중국관을 제외하면 관람객 수 1위를 기록한 것. KOTRA에 따르면 이를 통해 추산되는 경제적 성과는 대중국 수출 6조3667억원 증가, 중국인 관광객 추가 유입에 의한 매출 증가 6319억원 등 약 7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관 ‘대박’ 누가 받쳐줬나

KOTRA가 운영한 한국관에는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각 분야 최고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건 한국관의 설계다. 아름다운 외양은 외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BBC는 개막을 8일 남긴 지난 4월 23일 BBC 뉴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찍은 가장 인상적인 사진 8장을 홈페이지 ‘오늘의 사진’ 코너에 올리면서 한국관 사진을 첫 번째로 소개했다. 그 후 중국 환치우르바오(한국관, 사진 찍고 싶은 곳), 씽다오환왕(한국관,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할 10대 엑스포 명소) 등 국내외 언론이 한국관의 아름다움을 앞다퉈 보도했다. 엑스포조직위가 주관한 상하이엑스포 국가관 시상식에서 한국관은 건축디자인 부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찬사 이면에는 매스스터디스란 설계업체가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었다. 매스스터디스는 조민석 건축가가 이끌고 있는 국제적인 기업. 특히 조 건축가는 지난해 9월 미국의 경영혁신 월간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의 ‘세계의 가장 창의적인 건축가 10인’에 선정된 인물이다. 그는 이번 한국관 설계에 앞서 이어령 교수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 이를 바탕으로 ‘한글’을 원용한 디자인을 한국관에 투영해 찬사를 받았다.

더불어 재미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작품도 화제였다. UN 본관 건물 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연 바 있는 그는 한국관 내벽을 장식하는 한글로 된 아트픽셀을 제작했다.

한중 작가 합작 ‘금란지교의 나무’ 상하이시 기증

전시 장치는 제일기획이 주관했다. 특히 김재산 마스터가 큰 공을 세웠다는 후문. 김 마스터는 한국관 전체의 콘셉트를 잡고 건축, 영상, 전시가 일체감을 이루도록 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한국과 중국의 전통 종이 달린 광섬유 소재의 나무 조형물. 조형작가 성동훈(한국)과 왕중(중국)이 힘을 합친 ‘금란지교의 나무’는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엑스포 폐막 후 상하이시에 기증되기도 했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한국관의 성공 이면에는 ‘한중 우호’라는 큰 철학을 전략적으로 중국인들의 마음에 심어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 데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극대화한 것은 한국관의 하이라이트인 영상, ‘코러스 시티(Chorus City)’다. 12분짜리 영상으로 발레리나가 꿈이었던 장애인 소녀가 소원을 이뤄주는 위시메이커들을 만나 꿈을 되찾는 얘기로 시공테크가 제작했다. ‘코러스 시티’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슈퍼주니어, f(x) 등 한류스타들과 중국 스타들이 함께 출연해 ‘한국은 중국의 영원한 친구’란 메시지를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러스 시티’는 ‘엑스포 오스카상’ 영화상 부문에서 ‘최고 인기 트렌디 영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연 역시 한국을 알리는 요소 중 하나. 한국관 도우미로 6개월간 체류했던 소예진 양(서강대 휴학)은 “하루 평균 3만명이 방문하는 만큼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우리 문화를 알리는 공연들이 줄이어 다른 국가관과는 사뭇 차별화됐다”라고 전했다.

한국관에서 주관하는 각종 공연은 HS애드가 심가영·심가희 예술총감독과 함께 준비했다. 심가희금림예술단(무용), 풍장21(사물놀이), 전미례재즈발레단, 중앙국악관현악단 등이 참가했고 슈퍼주니어, 보아, f(x) 등 한류스타들도 힘을 보탰다. 한국관 홍보대사인 장나라는 특별행사 진행을 맡아 중국인들의 호응이 좋았다.

더욱 주목받은 건 90명으로 구성된 한국관 통역 및 홍보 도우미들이었다. 행사 기간 6개월 반을 꼬박 상하이에서만 체류해야 했지만 늘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안내해 찬사를 받았다.

소예진 양은 “한류를 체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심지어 한국관 근무자들이 모두 100% 한국 사람들이란 이유로 한국관을 찾을 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남은 과제는

한국관의 성공 이후 부수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영상을 맡았던 시공테크는 중국 지자체는 물론 기업들의 ‘러브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을 비롯해 삼다수, 라면, 한식 등이 엑스포를 계기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 LG가 협찬해 한국관에 설치된 3D TV 등 각종 신기술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 역시 높았다.

김진모 북경삼다수 대표는 “엑스포 때 워낙 반응이 좋았던 만큼 한국관 공식 생수임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펼 것”이라고 했다.

임호순 미샤화장품 팀장 역시 “이번 엑스포가 중국 시골 사람들에게 BB크림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엑스포 이후 중국 내륙 2∼3선 도시 진출을 위한 전략을 새롭게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보인다. 720만명이 찾았다지만 여전히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중국 내륙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의 관람을 지원했던 도우미들은 “한류가 도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계층에 국한된 현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지연 양(동덕여대)은 “한국, 조선, 대한민국은 뭐가 다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특히 중국인들은 한국이 ‘성형왕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다짜고짜 ‘수술 잘됐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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