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삶 속에서 태어난 민화는 우리의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옛 사람들의 주거공간을 꾸미고, 회갑이나 혼례 등 행사와 1년 중 중요한 세시 때마다 쓰이던 민화. 그래서 민화는 역사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한다.

특히 민화는 당시 평민들도 그림을 통해 문화생활을 했음을 말해준다. 조선시대 민화는 장수 부귀 다산 출세 등 현실적 염원을 담은 대중적 작품이다. 종이뿐 아니라 꽃가마 병풍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됐다. 또 도자기 가구 문방구 돗자리 등에 이르기까지 일상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잊혀가던 그림 민화가 현대적으로 재탄생했다.

현대 작가들이 그린 민화 전시인 `전승과 전통의 민화`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민화 작가 모임인 미담회의 다섯 번째 정기전. 출품 작가는 연정희 강연옥 나유미 이명희 정성옥 김시혜 등 15인이다. 전시엔 이들이 그린 민화 300여 점이 나온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연정희 씨의 `어해도`. 메기 잉어 등 물고기와 새들의 환상 속 만남을 그린 그림이다. 작품 속에선 물고기가 새와 대화를 나누고, 각종 꽃들이 만개해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물고기는 다산을 상징한다. 그리고 모란은 부귀영화, 연꽃은 순수한 영혼을 의미한다. 연 작가는 "민화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 희로애락과 일상의 감정을 전달한다"며 "작품 속엔 복을 받아 오래 살면서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기복신앙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우정화 씨의 `까치와 호랑이`는 익숙한 그림이다. 주로 정월에 문 앞에 붙이는 그림으로 소나무는 1월, 까치는 좋은 소식, 그리고 호랑이는 전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연초부터 좋은 소식이 들어온다는 뜻을 가진 민화다.

대표적 민화인 십장생도 나온다. 열 가지 오래 사는 것들을 그린 십장생에는 오래 살기를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출품작 대부분은 복을 상징하는 기복 민화다. `꿈과 사랑` `화조도` `어해도` `연화도` 등은 복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다. 행복 그림의 주인공은 불로장생의 상징인 해 구름 소나무 대나무 학 사슴 거북 물 바위 등이다. 이 밖에 다남을 상징하는 석류와 장수를 의미하는 천도복숭아도 등장한다. 벽사 신앙의 민화도 등장한다. 벽사 민화는 잡귀를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주요 작품은 호랑이와 용 그림을 비롯해 해태도 신구도 사신도 천계도 처용도 등이다. 특히 호랑이는 화재 수재 풍재를 막아주는 수호신이란 의미가 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하늘과 바다를 관장하며 인간을 수호하는 힘을 가진 대표적 벽사 동물이다. 옛사람들은 "용과 호랑이가 함께 그려진 용호도를 대문에 붙이면 집안에 행운이 온다"고 믿었다.

연정희 미담회 회장은 "민화의 독특한 시각과 채색 기법은 오늘날 우리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다"며 "고향에 가지 못하고 서울에서 지내는 분들이 연휴기간 보기 좋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1~27일. 추석 연휴기간에도 전시는 계속된다. (02)732-3316